[전설]
신혼부부 피해 가는 울빚재
마산시 진전면 오서리에서 고성군 회화면으로 넘어가는 곳에 울빚재라는 고개가 있다.
이 울빚재는 더러 우색이라고도 하는 후미진 고개인데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애달픈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옛날 진전면에 살던 어떤 처녀가 고개 넘어 고성 땅으로 시집을 갔다.
신혼의 젊은 부부는 금실이 좋아서 신혼생활 몇 해가 꿈같이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날, 젊은 아내는 친정어머니가 몹시도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녀는 시부모와 남편의 허락을 받고 친정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기 위해 고개넘어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저 며칠 동안이면 되겠거니 생각했던 친정어머니의 병환은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러자니 젊은 아내는 시집으로 돌아갈 날이 하루하루 더디어져 몹시 애가 타게 되었다.
한편으로 남편은 친정에 간 아내가 예정보다 훨씬 늦게까지 돌아오지를 않으니 몹시도 기다려졌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하고 집에서 기다리던 남편은 마침내 고개까지 와서 아내를 기다리게 되었다.
거의 매일같이 남편은 고갯마루에 앉아서 아내를 기다리다가 해가 저물면 지쳐서 돌아가곤 하였다. 이런 안타까운 나날이 벌써 몇 달째로 접어 들었다.
그 동안 정성스런 딸의 간호를 받아서인지 친정어머니의 병환도 인제는 거의 완쾌되었다.
어느 날 젊은 아내는 시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서 친정을 나섰다.
꽤 오랫동안 시집을 비운 죄책감 같은 것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고일어났다.
남편과 시부모에 대해 그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생각만으로 젊은 아내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하여 막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 난데없이 큰 호랑이 한마리가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아서는 것이였다.
시집으로 돌아가던 젊은 아내는 그 자리에서 그만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고 말았다.
한편 그날도 아내를 기다리기 위해 고개까지 올라오던 남편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아내의 시체를 확인하고는 너무나도 애통한 나머지 그만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대충 이것이 울빚재에 얽힌 전설인데 이 근방의 마을에서는 최근까지도 신혼부부의 초행길은 이 고개를 피해서 다니는 풍습이 남아 있다.